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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 2018년 11월 19일
오르고
싶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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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자리
         
   
▲ 김태숙 
 
수필가
 

“어렵게 멀어져 간 것들이 / 다시 돌아올까 봐 / 나는 등을 돌리고 걷는다.(중략)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 길의 어귀마다 여름꽃들이 피어난다.(하략)” 
 
- 나희덕 `기억의 자리` 중에서
 

 
 
`5일의 마중`은 돌아오지 않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급변하는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한 여자와 그것을 되찾아 주려는 남자의 애틋하고 눈물겨운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주도하던 문화혁명의 여파로 단란하던 한 가족의 삶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남편의 피랍으로 충격을 받은 아내는 특정 기억의 한 부분이 지워지는 심인성 기억장애라는 병을 진단받는다. 영화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3년 뒤 혁명은 끝이 났다.` 라고 짤막한 자막으로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알리지만 주인공들의 고달픈 여정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마치 길이 끝나자 여행이 시작되는 것처럼. 

혁명은 끝났지만, 역사가 남긴 상흔으로 얼룩진 그들의 삶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남편은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와 퇴락한 세월의 흔적뿐이다. 아내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편지에서 5일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적힌 편지 내용만 줄곧 기억하며 매달 5일이 되면 어김없이 남편을 마중 나간다. 돌아온 남편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채 역 앞에서 하염없이 그를 기다린다. 

굴곡으로 이어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훼손된 시간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기`의 힘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일일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에서처럼 크로노스를 극복하고 카이로스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크로노스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는 물리적이고 자연적인 시간이다. 크로노스 안에서 우리의 삶은 단지 흘러가 버리고 마는 것, 허무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과거 현재 미래가 우리의 영혼 안에서 나란히 겹쳐 놓임으로써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초자연적인 시간이다. 카이로스 시간은 사라져버린 것 잃어버린 것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하나의 통일체를 이루는 존재의 시간이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작용이 연속성을 지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상기의 힘으로 다시 찾은 카이로스는 삶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되찾아 준다는 점에서 희망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세 가지의 현재 시간만 있을 뿐이다. 과거의 현재는 기억이고 현재의 현재는 직관이며 미래의 현재는 기대이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론) 이처럼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현재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피랍되었던 남편은 돌아왔지만, 헛되이 흘러가 버린 그간의 시간은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그녀는 불운한 시절 한순간의 기억만 지워진 채 훼손되지 않은 시간에 머물면서 기다림이란 희망에 기대어 지난날을 복원하려고 애쓴다. 잃어버린 크로노스의 시간 대신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를 경험한다. 기억이란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되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녀에게 상기라는 것은 지나가 버린 시간을 복원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현실의 고통을 견디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망각이 부재라면 기억은 존재다. 기억은 의식의 심층부에 퇴적되어 흐르다가 어디에선가 다시 삶으로 피어난다. 그러므로 기억은 삶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보라가 흩날리는 역사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주인공의 모습이 절망으로 비치지 않고 희망으로 빛나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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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okYuZN-Npyw

5일의 마중 예고편

 감독  장예모
 출연  진도명, 공리, 장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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